통일맞이 칠천만 겨레모임 발기취지문 

   

  꿈같기만 하던 통일이 눈앞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민족사의 새 지평이 열려오고 있습니다원수가 되어 살아오던 우리가 한 겨레로 다시 태어날 새 날이 동터오고 있습니다끊겼던 조국의 허리 다시 이어지고 잘렸던 국토의 핏줄 다시 통할 새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이 자리까지 와 놓고 보니민족의 제단에 귀한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많은 열사들애국지사들 앞에 우리는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에 그 뒤를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분단의 쓰라림과 아픔을 끝장내는 일 아니겠습니까끝장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통일된 조국의 역사를 새 궤도에 올려놓는 일모두가 고루 평화롭게 사는 새 사회를 건설하는 일싱싱하고 풍성한 민족문화를 고루 싹틔우는 일이 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통일이란 무엇입니까칠천만 겨레가 다 함께 사는 일입니다따로 꾸려오던 살림을 하나로 만드는 일입니다정치경제사회문화의 토대들을 하나로 다지는 일인 동시에 같이 사는 속알갱이같이 일하고같이 먹고같이 잠자고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일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통일은 겨레 전체를 위한 칠천만의 통일이어야 합니다결코 가진 자들을 위한 통일이어서는 안 됩니다통일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먹거나 다른 한쪽이 먹히는 통일이어서는 안 됩니다남과 북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남과 북의 결점을 제거하고 장점을 살려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통일이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얼마나 잘못 살아왔습니까왜 우리는 비뚫어진 반쪽자리 삶을 그다지도 당연한 것으로 덮어놓고 받아들였던 것일까요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미움만을 키우면서 허겁지겁 살아왔던 것일까요분단으로 강요된 그릇된 삶을 이제 말끔히 청산하고서로 즐겁게 하나로 어울리는 행복한 삶을 같이 설계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우리는 이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살아가는 버릇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우리는 서로 반대쪽의 살아가는 방식이 그릇되었다고 믿게끔 세뇌되어 왔습니다그뿐이 아닙니다이념의 굴레가 벗겨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삶의 새 지표를 세워야 하는 엄청난 과제마저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들을 뛰어 넘어 한 살림을 꾸려가는 슬기와 힘을 우리는 칠천만겨레의 경험에서 찾습니다우리는 온갖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반만년 한 겨레로 살아왔습니다그동안 깊어진 슬기와 쌓아온 잠재력그것을 믿으며 우리는 힘찬 새 출발의 길목에 나섭니다우리를 대신해서 이 일을 해 줄 사람은 어디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나섭니다겨레를 믿고 그 슬기를 모으고 힘을 키우는 일에 모두가 나섭니다한 살림을 꿈꾸며 연구해 오시던 분들이여다 오십시오그대들이 온갖 어려움을 이기며 쉬지 않고 연구해 온 모든 성과를 겨레와 함께 나누어 가집시다

   

  오랜 세월 서로 믿지 못하고 미워하던 겨레의 반쪽과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살아야 할지 난감해 하시는 분들이여다 오십시오불신을 씻고 미움을 털어버리고 서로 믿고 아끼며 한 겨레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그것은 그지없이 기쁘고 행복한 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반세기가 갈라졌던 겨레가 어찌 하나로 어울려 살 수 있느냐며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여다 오십시오모든 불신과 미움을 털어 버리고 마주잡은 손바닥 뜨거움에서 겨레가 새로이 태어나는 것을 느끼는 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1. 통일맞이는 칠천만 겨레의 운동입니다

   

  통일은 남과 북그리고 해외에 흩어져 사는 칠천만 겨레 모두의 슬기와 뜻과 힘을 모아서 이룩하는 일입니다아무도 비껴서 있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우리는 이 통일맞이를 우선 남한이 현실에 맞게 해 나갈 것입니다북과 해외에서도 각기 다른 현실에 맞게 같은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결국 그 모든 운동의 성과는 하나로 모이게 될 것입니다

   

2. 통일맞이는 민의 운동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족의 화해와 나라의 통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그와 함께 우리 민도 통일의 대안을 마련하고 통일에 대비하여 온갖 준비를 갖추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통일운동은 관과 민이 같이 엮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입니다그러나 관과 민 사이의 주체는 민이라는 것이 민주주의 대원칙입니다따라서 통일의 주체인 민의 슬기와 뜻과 힘을 모으는 일이 통일맞이가 해야 할 일입니다

   

3. 통일맞이는 통일조국을 준비하는 운동입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남과 북의 정치,경제,사회의 꼴은 너무나 멀어졌고 너무나 달라졌습니다통일맞이는 멀어진 것을 만나게 하고 달라진 것을 같게 만들면서 칠천만겨레의 삶을 묶어줄 새 얼개를 만드는 일입니다통일은 분단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운동입니다

   

4. 통일맞이는 겨레를 하나 되게 하는 문화운동입니다

   

  분단 반세기 동안 우리의 문화는 많이 달라졌습니다같은 말을 쓰면서도 생각하는 것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생활습성이 많이 달라졌습니다우리가 만들어 가는 문화우리를 만들어 가는 문화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말입니다내 것은 무조건 옳고네 것은 무조건 틀렸다는 흑백 논리가 너무 오래 우리의 생각과 삶을 지배해 왔습니다이같이 깊이 병든 문화를 청산하고겨레를 하나로 녹여 내는 문화를 통일맞이는 일구어 낼 것입니다그것은 높낮이 없는 문화고루 자유로운 문화일 것입니다

   

5. 통이맞이는 민족을 찾아 세우는 운동입니다

   

  반만년 민족사 속에서 민족의 본바탕을 다시 찾는 일로 통일맞이 운동은 시작될 것입니다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우리는 그것을 오늘그리고 내일 우리의 생활에서 창조적으로 키워내는 일을 할 것입니다

   

6. 통일맞이는 세계를 향해 열린 문화운동입니다

   

  우리 문화는 고립된 문화가 아닙니다세계 속의 문화입니다세계를 숨 쉬며 날로 새로워지고 날로 커가는 문화여야 합니다그것은 세계가 날로 새롭게 커가는 데 큰 몫을 하는 문화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따라서 통일맞이는 그냥 분단 이전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아닙니다우리를우리 문화를세계를세계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는 운동입니다

   

  돌이켜 보면통일에 이르는 우리의 길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외세와 공권력 그리고 강요된 분단의 논리와 싸우며 걸어온 길이 어찌 순탄했겠습니까통일운동의 자유를 얻어내려는 싸움은 이제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통일방안은 아무 거리낌 없이 떳떳하고 자유롭게 연구되고 발표될 수 있어야 합니다그리하여 새 나라새 사회새 문화를 창조하는 겨레의 힘이 되어야합니다 

                                                             1994년 1월 7일

가칭통일맞이 칠천만겨레 모임 발기준비위원회